20세기 미국 신학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서 100권 중에 5번째 책이라는 말에 '죽기 전에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라는 강한 신뢰와 함께 책을 구입했다.
정치외교를 공부했던 과거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존 하워드 요더'의 신학적 노선과 정치적 성향(?)을 지레짐작했다. "뭐 대충 예수님에 대해 이런 말을 하겠구나" 얼마나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말을 하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폈다.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드는 생각을 적어본다.
1.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다. 정독과 구간반복읽기를 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가다가 길을 잃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번역을 어렵게 한 것인지 원래 내용이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영어실력이 되면 원서로 읽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 이 책은 절대 진보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윤리적이지도 않다. 제목으로 섭불리 판단한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에 대한 본질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환기시킨다.
3. 메노나이트(재침례파,Ana-Baptist) 신학의 배경을 갖고 있지만 루터, 칼빈, 웨슬리 신학을 넘어 바울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4. 정치적 성향", "정치적 성격", "정치적 행위", "정치적인 전제"등 이런 말을 쓰며 예수님의 사역을 당시 역사적 정치와 연관시켜 예수님의 십자가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고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켰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그리스도의 윤리와 규범이 생겨난 것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윤리의 시작을 말하고 있다.
5. 아쉬운 것은 요더는 세상정치를 부정적인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세상정치는 부정적이지 않다. 만약 요더의 관점으로 세상정치가 부정적이라면 하나님의 질서와 통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개혁과 그로인해 시작된 기독교윤리를 강조하기 위해 세상정치를 부정적인 요소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이것은 요더가 '정치'의 정의를 1세기 로마와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관점에 한정지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며 그래서 '천상의 나라', '천하의 나라' 이렇게 이분법적인 "하나님의 나라"를 말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6. 신학, 석의, 역사, 결론,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책인 것은 틀림없다. 읽기 힘들어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7. 이런 책은 혼자 읽기보다 여러명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읽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다. 좋은 벗과 독서모임이 있다면...
8. 요근래 존 하워드 요더의 성추행 사건을 책으로 출판하며 이슈를 만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잘못이 있으면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그의 사상과 신학 그리고 그가 남긴 업적들까지 부정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관점이라면 성추행의 끝판왕인 다윗부터 시작하여 사람을 죽이던 살인자 바울까지 이런 사람들 손에 남겨진 성경책은 어떻게 읽을 수 있겠는가?
또한 그 누구도 설교를 하면 안된다.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과연 이 지구상에 존재하기나 하겠는가? 잘못은 분명하게 지적하고 배울 것은 배우는 것이 같은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야수의 송곳니를 뺄 때는 빼지만 죽일 것 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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