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인교회 목회

목사님 밥숫가락을 놓고싶습니다

by 서호네 집 2015. 7. 23.


아내와 저녁을 먹고 있는 중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보니 지역번호가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공중전화 같았다


"여보세요?"


인사를 해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그냥 끊어져 버렸다 잘못 전화를 했겠거니 하며 넘겨버렸다


다음 날 늦은 저녁 어제 그 번호로 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인사를 하는데 그때는 상대방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사님 잠깐 전화통화가 가능하신지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병사 중에 한명이 전화를 했구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부담갖지 말고 그래 어디 부대 누구니?"


"목사님 죄송합니다. 부대와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그러면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이렇게 물어보니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각오라도 한 듯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목사님 저 밥숫가락을 놓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밥숫가락을 놓겠다는 것이 밥을 그만 먹겠다는 뜻이 아닌 것을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갑자기 조급해졌다. 


"그래 천천히 왜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한테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있으면 도와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


한참 동안 아무말 없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목사님 아닙니다 그만 전화를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겠다는 말에 내가 급하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전화끊기 전에 내가 기도를 해주고 싶은데 잠깐만 목사님이 기도를 하고 전화를 끊어도 될까?" 


아무말 안하길래 전화통을 붙잡고 그 친구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기도가 끝나고 나니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겠습니다"


끊어진 통화소리를 들으며 이것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어디 부대인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얼마나 힘이 들면 나한테 전화해서 밥숫가락 놓겠다고 말을 할까 이러다 정말 밥숫가락을 놓아 버리는 건 아닌지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만 붙잡고 하나님께 기도만 드릴 뿐이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늦은 저녁시간 또 그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때는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물어봤다. 


"뭐가 힘든지 목사님한테 말해봐 내가 대대장님 아니면 여단장님을 만나서라도 그것도 아니면 사단장님을 만나서라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볼테니까 혼자 고민하지 말고 말해봐 걱정하지 말고.."


내 말에 신뢰가 생겼는지 그 친구의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다. 


"목사님 저는 00 대대 000 입니다. 지난 주 목사님께 전화하기 전에 정말 밥숫가락을 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죽기 전에 목사님께 전화라도 한번 하고 죽겠다는 마음으로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님과 전화를 하고 제 마음이 좀 나아졌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목사님 제 성격이 너무 느리고 내성적인 면이 있다보니 중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선임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동기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후임들까지 저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군생활 하는 것이 죽을 만큼 힘이 듭니다.."


이 친구의 고민이 바로 이것이었다. 중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생활자체도 힘들고 어려운데 함께 지내는 전우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왕따를 당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죽고싶은 마음이 들만큼 괴로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다른 친구들보다 말이 좀 느리고 차분한 성격이 그려지는 말투였다. 


그렇게 그 친구의 고민을 듣게 되니 이것은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안좋아 질 것 같아 통화를 마치고 지휘관에게 이런 상황을 말씀 드렸다. 감사하게 부대의 배려로 이 친구가 타 부대로 전출 가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다행히 전출간 부대에서 적응을 잘 하였고 전역하는 날까지 아무 사고 없이 기독교 군종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예비역 병장으로 전역 했다.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다행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혼자서 군생활중에 왕따를 당하고 그것 때문에 죽고싶을 만큼 힘들어 했을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위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