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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말씀을 묵상하며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마16:24-27)

by 서호네 집 2016. 7. 20.

 

중국 고전 ‘장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어떤 선비가 논바닥에 있는 학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다리가 길어 먹이 먹는 것이 불편해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 학을 잡아 그 긴 다리를 잘라 버렸습니다. 그러면 주둥이가 땅과 더 가까우니 먹는 것이 더 쉬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잘라버리니 학이 먹는 것은 둘째 치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긴 두 다리의 추진력으로 하늘로 날라야 하는데 잘린 다리로는 하늘을 나는 것은 고사하고 걷지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학은 선비의 지혜로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동물원에 있는 기린을 보았습니다. 목이 참 길었습니다. 자신의 몸 절반이 목의 길이었습니다. 물을 먹는데 앞 다리를 쩍 벌리고 참 불편한 모습으로 물을 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걸을 때 마다 긴 목이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왠지 불편해 보였습니다. 마음 같아선 그 긴 목을 수술해서 짧게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속에도 학의 다리처럼, 기린의 목처럼 불편해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참 거추장스럽고 좀 짧게 잘라 버렸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만 없으면 좀 편하게 내 마음대로 훨훨 날아다니며 내가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다 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 때문에 신경 쓰이고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처음부터 세상은 십자가를 수치스러운 죄인의 형벌로 여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성도의 삶을 아름답다거나, 정상적인 삶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리가 길어서 불편하게 살아가는 학 처럼, 목이 길어서 불편한 기린처럼 불편하고 미련한 인생으로 바라 볼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본다 하여 스스로 십자가를 자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학의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고 잘라 버리고, 기린의 목이 불편하다고 잘라 버린다면 결과는 한 가지입니다. 거기에 생명이 있는데 생명을 잘라 버리는 것입니다. 십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십자가가 불편하고 너무 길다고 내 맘대로 잘라 버리면 우리의 생명을 스스로 잘라 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아야 하듯 십자가가 길다고 자르지 말아야 합니다. 십자가가 볼품없다고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내 마음대로 십자가를 잘라버리고 변형시키느니 차라리 내 손에서 십자가를 내려놓는 것이 나를 위하고, 우리를 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길입니다.

 

십자가는 있는 그대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뭐라 하건 말건, 무거워서 내 살이 찢어지고, 나무결에 가시가 박혀 시리고 아파도 십자가는 나 편하자고 자르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와 시대에 동떨어진 모양이라고 내 맘대로 변형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불편해 보인다 혐오하고 야유하고 미련하다 손가락질 한다고 거기에 맞장구치며 십자가를 자르고 페인트칠 하며 자기 입맛에 맞게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무겁고 힘들어도 십자가는 십자가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런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십자가를 맘대로 잘라내고 변형시키고 색칠해서 자기가 만든 십자가 조형물을 자랑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교회가 아니라 십자가를 짊어지고 하루 하루 믿음으로 견디며 힘들고 지친 인생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다시 말씀 앞으로 모이는 곳이 교회입니다.

 

내가 짊어진 이 십자가가 너무 힘들어 잠시 하나님앞에 십자가를 내려놓고 하나님이 새롭게 부어 주시는 성령의 능력과 새 힘을 얻어 그 힘으로 다시 십자가를 짊어지고 또 한번 세상 속으로 생명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모이는 곳이 교회입니다.

 

십자가는 무겁다고 자르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가 아프다고 자르는 것은 아닙니다.

내 편의와 내 생각대로 십자가를 변형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주신 십자가를 맘대로 자르지 말고 감사함으로 짊어져야 그것이 십자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십자가를 지면서 편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지는 삶은 처음부터 힘든 삶입니다. 오죽하면 예수님이 그 길은 좁은 길이라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그 힘든 길을 나는 좀 편하게 살겠다고, 나는 좀 쉽게 걸어가겠다고 나는 좀 세상과 소통하며 살겠다고 십자가를 내 맘대로 난도질하며 살아간다면 학의 다리를 잘라 버리는 것이요, 기린의 목을 잘라 버리는 일이요, 스스로 생명줄을 잘라 버리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힘이 들면 힘든 데로 그냥 짊어지고 가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그것이 좁은 길, 좁은 문, 생명의 길로 가는 정도(正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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