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난중일기, 징비록

서호네 집 2018. 9. 6. 23:06


중학교 국어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남자라면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마라" 그 말이 생각나 신학교 시절 삼국지를 읽어봤다. 삼국지를 보며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유비는 자신의 무능함을 덮고 가릴만한 덕과 인품이 좋았던 사람이었고, 그 덕에 공명이라는 지략이 뛰어난 군사와 관우, 장비, 조운 이라는 시대의 명장을 만난 것이다. 결국 남자가 뜻을 품으면 첫째는 인품이요, 둘째는 사람인 것이다. 삼국지에서 이것 말고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나로서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중국의 삼국지를 대신할 조선의 영웅전이 있다. 바로 난중일기징비록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난중일기와 징비록은 필히 읽어야 한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난중일기에 보이는 이순신 장군은 병에 걸려 늘 신음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원균에 대한 실망과 미움, 그리고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을 죽음으로 회피하고 싶은 너무도 인간적인 마음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전란중에 자신과 가족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그리고 임금노릇이나 하는 선조에 대한 충심으로 병약한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그렇게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족의 희생을 감수하며 장수로서, 군인으로서 강직함을 지켰다. 그것이 일본의 조총과 사무라이 칼에 다 무너져가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의 손으로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7년 전란을 끝내고 도망가는 일본과의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 이순신 장군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일본군에게 죽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2척으로 300척을 싸워 이긴 무패의 장수가 왜나라 조총에 가슴이 관통할 만큼 큰 부상으로 전사한다. 어쩌면 전란 중에 장수로서 품어야 했던 고통과 억울한 마음의 한을 마지막 전투 도망가는 일본군대를 보며 본인도 스스로 끝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감히 생각해 본다.  

  삼국지 영웅호걸의 화려함 보다 난중일기의 너무도 인간적인 영웅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몇 갑절 더 크다. 


징비록은 서해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 전란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민족의 값진 유산이다. 1592년에(선조 25년) 일어난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진정한 영웅은 여해 이순신과 더불어 서해 류성룡이다.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한글이 아니라 '히라가나'를 쓰며 '기미가요'를 부르며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왜란 중 먹을 것이 없어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잡아 먹고 죽은 송장을 뜯어 먹는 버림받고 굶주린 조선의 백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어버이 같고, 명나라 장수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언을 하는 모습속에는 나라를 구하고 싶은 신망의 장수 모습이 보인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살았던 류성룡이야 말로 의주에 숨어 명나라로 도망이나 갈 생각만 하는 선조를 대신한 진정한 조선의 임금이었고 왕이였다. 


선조는 삼국지의 유비와 많은 부분 닮았다. 본인은 참 무능하고 지도자로서의 지혜와 자격은 떨어지지만 자신을 섬기는 신하들은 역사에 둘도 없는 영웅호걸의 인물들을 거느렸다. 선조와 유비가 부러운 것은 이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기계발서"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인문학" 관련 책들이 봇물처럼 나온다. 자기계발서에서 인문학으로 환승하여 유행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행과 환승 두가지를 만족시킬 책이 바로 '난중일기'와 '징비록'이다. 


'이순신'과 '류성룡' 여기에 시대의 유행을 무시하는 가장 명확한 처세술과 인문학의 정의을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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