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사랑니

서호네 집 2015. 9. 12. 12:02

사랑니를 빼버렸다


40년 가깝게 함께 살아온 사랑니를 빼버리니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사랑니를 빼고 의사가 사랑니를 보여주더라. 만약에 제대로 치아 뿌리가 반듯하게 자랐다면 평생 같이 살았을텐데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밥을 먹을 때마다 살 까지 씹는 고통을 주더니 결국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도 혀끝으로 느껴지는 허전함이 있다. 치아 하나도 내 몸의 일부인데 그렇게 익숙하던 하나가 사라져 버리니 이상하게도 왠지 공허한 마음이 든다.  


치아 하나 빼고나니 얼마전에 소천하신 한분의 권사님이 떠올랐다

지금은 천국에 계시자만 젊어서 유방암으로 시한부선고를 받았다가 완치가 되셨던 분이셨다. 그분이 살아계실 때 간증을 하던 내용이 생각 난다.


30대에 유방암이 걸려 두 가슴을 절개하고 나서

항암치료하는 고통보다 가슴이 없는 여자의 수치스러움이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남자로서 그 기분과 고통을 어떻게 느끼겠는가! 

그러나 내 신체의 작은 한 부분이 사라져 버린 지금에서야 권사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주 조금은 권사님의 심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행복한 삶이 무엇이겠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하나 상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사랑니 하나 빼고는 별 생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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